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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4 바실리스크Basilisk

※ 이 글들은 모두 1999년 ~ 2005년 정도까지 운영되던 http://user.chollian.net/~oojjrs 에 올렸던 글들을 편집, 재가공하여 최신화한 내용들입니다. 어린 나이에 어설픈 내용들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게 만든 것들에 책임을 져보고자 시작하였습니다(그래서 검색하면 여기 올라온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근데 업데이트는 느릴 수 있어요




녹갈색의 살갗에 90cm의 작은 몸집, 물 위를 뛰어다닐 수 있는 날렵함, 몸집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긴 꼬리. 상상 속으로 그려본다면 상당히 괜찮은 이미지를 안고 나올 이 도마뱀은 바실리스크라는 현존하는 생물이며. 애완용으로 인기가 있다.



출처 : http://www.dkimages.com



그러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바실리스크는 상당하다. 강력한 괴물일 뿐 아니라 특수능력도 갖추고 있다.


바실리스크는 어원을 그리스 어에 두고 있다. 코카트리스, 혹은 바실리코크 등의 별명으로 불리던 바질리스코스
Basiliskos는 뱀의 왕이라는 뜻이 있다. 또한 코카트리스라는 말을 잘 살펴보면 영어의 악어에 해당하는 크로커다일과 어원이 같다. 대개 바실리스크가 묘사될 때 악어와 비슷하게 표현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악어형 도마뱀! 이라고 하기엔 조금 복잡한 계보를 가지고 있다.


처음 바실리스크는 커다란 뱀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뱀의 왕이 원래 뜻인 만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BC 1세기경 로마의 플리니우스는 유명한 학자인데, 그의 박물지에 바실리스크가 등장한다. 강력한 독을 가진 카토블레파스와 비교되어 아프리카의 키레나이카 지방을 산지로 들고 있는데, 4미터 가량에 코브라와 흡사한 묘사를 해놓았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바실리스크가 뱀의 지배자이기 때문에 모든 독사들이 왕과 같은 바실리스크 앞에서 모두 몸을 땅에 대고 기었기에 오늘날과 같이 스멀스멀꾸물락 기어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출처 : http://www.elfwood.com/



당시만 해도 강력한 독은 있지만 사안(시선이 마주치면 죽일 수 있는)의 능력은 바실리스크에게 없었으며, 족제비가 천적이라는 것 정도로 기술된 것으로 보아 완전히 뱀과 같았던 모양이다.


바실리스크의 독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 몇 가지 사례가 있다. 한 기사가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도중 바실리스크와 마주쳤을 때 녀석의 독이 두려워 말에서 내리지 않고 좀 떨어져서 창으로 바실리스크를 찔러 죽였는데
맹독이 창을 타고 올라와 기사와 말이 같이 중독되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비슷한 이야기로 바실리스크의 알을 깼는데 그 독에 중독된다는 내용도 있다. 이것은 중세로 갈수록 심해져서 아예 몸에서 독의 기운을 뿜어내다가 급기야 사안, 혹은 석화 시선(시선이 마주치면 석화되는)까지 발전했다. 이로써 바실리스크는 원래 없었던 신화도 그에 걸맞춰 창조되었다. 석화나 사안의 능력에 대한 얘기들인 것이다.


일설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바실리스크 퇴치를 경험했다는 얘기가 있다. 동방 원정 행군 도중 바실리스크가 나타나 병사들 몇이 석화되어버리자 방패를 들이대어 포위하게 한 뒤 바실리스크가 그 방패에 비친 자신의 시선에 석화가 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주 고전적인 내용으로,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잡을 때 써먹었던 방식이다).


사안은 제법 그 과학적(?) 근거도 갖고 있다. 독의 발산은 아무래도 두꺼운 살갗보다는 뚫린 입이나, 귀, 코 등을 통해 더 잘 빠져나오기 마련인데, 그 중 눈은 시선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의 진행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생긴다. 때문에 시선을 따라 독이 퍼져서 눈이 마주친 대상은 대상의 눈에 독이 퍼져서 결국 온 몸이 중독되어 죽고 만다는, 매우 황당한 얘기인 것이다. 그다지 논리적이진 못하지만 매우 강력한 능력임에는 틀림없다.


바실리스크의 몸에서 맹독의 기운이 퍼져 나오니 그 주변은 생물이 살 수 없었고 결국 바실리스크가 사는 곳 주변은 황무지, 혹은 사막이 되어버렸다(바실리스크가 사막에서 태어난다는 설과 상당히 유사점을 보인다). 혹은 아예 바실리스크의 맹독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지형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늪지대이다. 때문에 바실리스크는 늪지와 사막, 양쪽에서 사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바실리스크의 특징이 이것 뿐만인 것은 아니다. 이들은 발톱이나 앞발의 힘도 상당하고 이빨도 날카로우며 늪지에서 사는 바실리스크들은 방어적이고 탄탄한 살갗을 갖추었고 사막에서 사는 바실리스크들은 두꺼운 피부에 발빠른 몸놀림을 갖게 되었다.


점차 발전한 바실리스크는 중세 중기 이후로는 닭과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 코카트리스는 악어의 어원일 뿐만 아니라 닭이라는 말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에서부터 발전했기 때문이다(사실 코카트리스는 공룡 중 랩터의 모습으로 자주 표현된다. 잘 생각해보면 닭하고 공통점도 좀 있지 않은가?). 사실 바실리스크가 현재와 같이 도마뱀으로 확립된 것은 근래에 들어와서 악어와 뱀을 합쳐놓고 이미지를 재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도마뱀이란 이유로 크게 범위를 잡아서 드래곤 범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출처 : http://www.occultopedia.com





출처 : 위키 백과사전, 이 그림은 중세 시대의 유명한 괴물 그림 중 하나다.




바실리스크의 탄생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다만 그 많은 변화 중에서도 맹독의 특성만큼은 꼭 따라다닌다.

일설에는 따오기가 독을 가진 생물(주로 전갈이나 뱀. 이집트 지방의 얘기다)을 먹으면 그 독이 따오기의 몸 안에 축적되는데, 그 따오기가 알을 낳게 되면 그 알에서 바실리스크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따오기가 알을 낳는 시기가 되면 근처 주민들이 돌아다니며 따오기의 알을 모두 깨버렸다는 얘기도 있다(거기에서 또한 따오기의 알에 축적되어 있던 독에 중독되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설로는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였을 때 사막에 떨어진 메두사의 피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설이 더 있지만 흥미로운 내용은 아니므로 생략하자.


 

현대의 바실리스크는 굳이 분류한다면 동물계 이하의 파충류과인데도 불구하고 다리가 여섯 달린 것으로 묘사된다(많을 때는 여덟 개까지 달렸다). 머리에는 왕관과 비슷한 무늬나 벼슬이 훌륭하게 달려 있고 작은 것도 3미터에서 큰 것은 5, 6미터나 되는 초대형으로, 전체적으로 녹갈색, 혹은 적녹색을 띄고 있다(사막에 사는 바실리스크는 적녹색, 늪지에 사는 바실리스크는 녹갈색의 식이다. 벼슬은 아마도 닭 설정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


ps : 귀차니즘에 쩔어 있는 제 대신 출처의 그림들을 찾아준 gmmk11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정작 찾아준 시기와 수정한 시기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군요...

Posted by OOJJ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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