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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5 후한 말기의 관제 -1-
아마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내용 중 하나는 바로 후한 시대의 관직 제도가 아닌가 한다.

본시 꽤 합리적이고 정갈하게 제정되어 내려왔으나 후한의 어지러움에 이런 저런 관직이 생겨나고 없어지고 변형되면서

제법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위나라 정치계의 거장이었던 상서령 진군에 의해 발의된 구품관인법을 제정하면서
 
관직의 품계를 9개로 정하여 정리하기 전까지 꽤 문란했던 것.

지금까지의 글이 그러했듯이 기약없는 2탄을 염두에 두고 꽤 흥미가 동할 법한 내용부터 일단 살펴보자.



자사, 목, 태수, 상, 승 등은 헷갈리기 좋은 소재다. 오기도 눈에 띄고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고 하니 대체 뭘까?

이해하기 위해선 앞선 이야기가 조금 필요하다.



주나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후백자남이라는 귀족 체제를 기반으로 한 봉건제로 유지되었다.

주나라의 실질적인 힘이 중국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할만큼 크지 못하였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곳에는 공작이나 후작을

임명하여(대개는 혈족 또는 공신에게 우선 순위가 돌아갔다) 통치권을 주는 대신 안정을 꾀하는 방법이다.

이후 진나라가 전국 통일 후 왕 위에 황제가 탄생하여 다른 귀족처럼 중간 계급으로 내려 앉았지만
 
왕은 실질적인 권한이 없고 대개 명분 뿐이었기 때문에 공작위보다 크게 높다고 하긴 어려웠다.

어쨌든 이 작위에서 백작위 이하로는 정리되었고 공신들은 대개 후侯로 임명되고, 그 위세가 군주에 못지 않은 자들만이

공公에 임명되었다. 또한 진나라는 기존 주나라의 정치 체제 대신 군현제를 실시하여 전 국토를 관료제에 맞게 정비하였다.



한나라는 통일 제국으로서의 기반이 잘 닦인 진의 체제를 거의 수정 없이 받아들였으며 문제점이 조금 있던 군현제는

약간의 수정을 하여 받아들였다. 전한 초기 군국제가 잠깐 실시되었던 것이다.

군현제가 군과 현으로 나누는 것이라면, 군국제는 군과 국으로 나누었는데, 국과 현은 두 가지 차이가 있다.

~국國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들 국은 작은 나라라고 할 수 있으며 자치 및 조세권을 인정 받았다.
 
규모 자체는 1개 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령은 관리인 반면 이들은 왕(또는 공, 후)의 칭호를 썼고 나라의 공신 혹은 혈족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봉건제와 군현제의 병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후에 강력한 황제였던 한 무제에 의해 정리된 후에는

실질적으로 군현제와 다름없어졌으나 이름뿐인 제도는 그대로 이어졌다.

조조의 고향으로 나오는 패'국' 초현, 유비의 고향인 유'주' 탁현 등으로 표현된다.
(국은 대개 공작이나 후작이 받을 경우 1개 현 정도 규모였지만 왕이 받으면 1개 군 정도를 받기도 하였다)


한나라는 바로 13개 주와 수많은 국으로 이루어졌으며 13개 주州는 다시 군郡으로 나뉘었고 이 군은 여러 개의 현縣으로 구성된 것이다.


자사는 그 중 주를 통치하는 장관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자면 도지사와 같다.

태수는 바로 군의 통치자다. 강원도지사가 자사라면 강릉시장은 태수다.

국의 통치자가 바로 상이다. 국은 원래대로라면 자사와 같은 급이어야하나 한 무제 이후 크게 약화되어 군이나 현과
비슷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개념으로 상에 해당하는 것은 광역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그 이하로 내려와서 현의 대표로 현령 등이 있는데, 구청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한나라에서는 현 단위로
성을 쌓았기 때문에(역시 대륙의 규모랄까) 우리나라의 구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금 오류가 있지만
작위의 상하 관계를 파악하는 비유로서는 무리가 없다.



이 외에도 여러 관리가 있었는데 1개 군의 관직만 해도 태수 밑으로 도위, 승 등이 있어 도위는 군무를 담당하고 승은
태수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손견이 거쳐갔던 하비승이나 유비가 거쳤던 하밀승 같은 경우를 이제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비가 평원군에 속한 평원현의 영이 되기 전에 거쳤던 하밀승 또는 고당위 작위는 하밀현의 승, 고당현의 위로
승은 정무 담당, 위는 군무 담당이며 같은 급이다)



주목은 원래 없던 관직이었으나 후한 영제 때 각지에 황건적이 일고 혼란이 일어나자 1개 군의 태수 힘으로는 군사력을

행사하기 어려워 주자사에게 군사 권한을 주어 각 태수가 지닌 군사력을 통솔하게 했는데 그것이 주목이다.

원래로는 굉장히 위험한 짓이지만 후한 말기는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혼란했고 이로 인하여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지방 호족이나 지방 관리들이 관군의 이름으로 자신의 힘을 기르기에 용이해졌다.

기주 자사 한복으로부터 기주를 취한 원소가 기주 자사 대신 기주목으로 불리고 죽은 연주 자사 유대 대신
(한복이 기주목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어 오기인지 군사권을 받고 온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연주를 취하고 있던 조조가 연주목 등으로 불린 것에는 군사 지휘권을 갖고 있었다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이후에는 각 주별로 자사들이 죄다 지휘권을 가지게 되어 실질상 자사 직위는 유명무실해졌고 목으로 칭해졌다.



글의 품질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도해를 첨부하고 정리해보았다.


주자사 > 태수 = 상 > 현령( = 상)

주목 = 주자사 + 군권

국은 1개 군 또는 1개 현으로 이루어짐

태수 = 군 총괄 담당
도위 = 군의 군무 담당
승 = 군의 정무 담당

영 = 현 총괄 담당
위 = 현의 군무 담당
승 = 현의 정무 담당

※ 독우나 중위, 정장 같은 설명 안한 작위가 몇 있는데 글이 길어져 일단 제외하였다.
Posted by OOJJ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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