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로부터 긍정적인 감응을 끌어내는 행위를 몇 가지 부류로 얼기설기 나누어 보자면


1. 적극적 경쟁 부류

남들과 경쟁하여 우위에 서는 것으로 만족을 얻는 성향이다. 빠르고 확실한 피드백을 줄 필요가 있다. 대개의 경우 승/패, 순위, 기여도, 성적표 등과 같은 방식으로 <모두에게 오해의 여지 없이> 공지되는 방식을 활용한다.

달성 과정이 납득 가능한 방식(*1-1*)라는 가정 하에, 왜곡할 수 없는 공지 방식은 이 부류에게 승/패에 상관없이 만족감을 주거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결과의 우열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암묵적으로) 동의할 수 있으므로 유저 개인의 광고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현실에서와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위와 같은 방식은 모두 <비교>를 적극 활용하여 유저 간 경쟁을 붙이는 것인데 현실의 교육 심리학 등에서는 학생 개인의 자존감과 연관하여 비교는 극히 피하지만 게임에서는 노력의 과정을 쉽게 은폐(*1-2*)할 수 있고, 핵/어뷰징 등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하거나 최악의 경우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나는 등 심리적 방어기제를 동원할 손쉬운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오히려 극한까지 비교하는 양상을 보인다(*1-3*).

주의할 것은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해서 이 유저들이 PVP 컨텐츠를 좋아하는 경향성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경쟁은 좋아하지만 견제 받기를 싫어하거나 정상에 서는 과정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유저라면 오히려 PVP 컨텐츠는 독이 된다.

이 부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승/패 이펙트 또는 1등 강조/2등 아차상 이펙트

전체 참여자의 성적표와 그 중 자신의 위치 강조 이펙트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자원(시간, 돈, 노력)을 극도로 투입하여 결과를 뽑아낼 수 있는 컨텐츠

혼자 연습하거나 AI 와 대전할 수 있는 컨텐츠

 

2. 상생 부류

이들은 남과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처음엔 가능한한 회피한다. 이른바 경쟁 회피 부류로 현실에서도 조심성 많고 소극적이거나 자기 방어 기제가 높을 수 있다. 많은 라이트 유저가 이 성향에서 시작하는데(*2-1*) 유저의 <번데기> 시절에 비유할 수 있겠다. 몇 가지 사건이나 경험으로 다른 부류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

안전을 도모하는 단계이므로 게임에 '터를 잡을 때'까지 <파티>, <길드> 등 "확고한 내 편"이라고 할 만한 것들에 관심이 많으며 그 안에서는 부정적인 감응을 회피한다. 이 단계에서 실패하면 그들은 게임을 이탈한다.

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응이 일어나는 사태를 매우 싫어하지만, 남에게 일방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면 (죄책감을 약간 가질지는 몰라도) 저지를 수 있다(*2-2*). 자신의 행위로 인한 주위의 피드백, 커뮤니케이션 내용 등에 민감하며 자존감이 부족한 유저의 경우와 이 특성이 결합하면 서비스 제공에 따라서는 코어 유저보다 더 게임에 대한 열의를 폭증시킬 수 있다(*2-3*).

확고한 내 편이 마련되면 이들은 단체의 힘을 자신의 힘이라고 생각하여 적극적인 경쟁 구도로 나선다. 친구끼리 파티를 맺고 난동(?)을 부리거나 PVP 컨텐츠에 진입하는 등의 유저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확고한 내 편' 안에서는 방어기제의 수단(*2-4*)이 많으므로 적극적인 경쟁 양상도 자주 일어난다.

이 부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손쉬운 집단 형성/해체 시스템

편리한 커뮤니케이션/필터링/차단 시스템

별다른 손해 없이 일방적으로 주위에 해를 저지를 수 있는 컨텐츠 (일명 뒤치기나 PK, 린치 시스템)

나/우리 만의 공간 (본인의 선택에 따라 오픈할 수 있는)

그룹 대 그룹 컨텐츠

캐릭터 위치 추적 시스템 / 근방 이동 시스템 (인스턴스 게임류는 방 쫓아가기 기능)

그룹 내 순위표

파티 내 불공평한 PVP 매칭

 

3. 지원 부류

이들도 경쟁 회피 부류 중 하나로 의식 상태(*3-1*)에 관계 없이 지원 성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으며 그러한 행위의 결과에 만족한다. 내면에서는 자신의 지원을 받아 활약하는 동료를 보면서 넌 나 없으면 안 돼, 와 같은 긍정적 감응을 한다(*3-2*). 따라서 이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그 반응을 크게 수집할수록 긍정적으로 감응한다.

구성원이든 비구성원이든 이 부류를 의식하고 기대려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리더(파티장, 길드장, 길잡이, 지휘관 등)의 역할을 맡게 되는 부류다. 이들은 단순히 개인 간의 경쟁에서 벗어나 그룹 간의 경쟁을 주도하고 자신이 패하더라도 그룹이 승리하면 만족하는 성향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권 같은, 다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능 등에 긍정적으로 감응한다.

이 부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룹 관리 시스템 (그룹 일정/ 구성원 등급/권한 조절 등)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강조 이펙트(*3-3*)

구성원/비구성원 피드백 수집 시스템

다양한 지원 시스템 (캐릭터 스킬/아이템 사용/생산/경제 등 넓은 분야에서)

구성원장 강조 이펙트(*3-4*)

편리한 명령 전달 시스템 (미니맵 위치 표시, 후퇴 표시 등)


4. 마이웨이 부류

분석적인 이유(직업적인?)로 게임을 접하거나 모든 회피성 기제가 총동원된 경우가 이 부류다. 분석을 위해 접근한 경우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외에는 감응도가 높지 않으므로(*4-1*) 회피성 기제로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자신이 즐기는 방식 외엔 관심이 없으므로 간섭도 싫어하고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도 거부하는 편이다. 현실에서의 내 세계가 게임 안으로 그대로 끌려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며 주도적으로 이목을 끄는 행위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자신의 사상이 뚜렷하거나, 정통적인 방식 외의 비주류로 인정받으려는 의도(*4-2*), 또는 방어기제가 극도로 높은 사람일 수 있다. 코어 유저 중 마이웨이 부류의 비중은 조사해본 적이 없으나 주목할 만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들은 주도적으로 자신을 광고하지는 않지만 수동적으로 선전되는 것은 거부하지 않는다.

본인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만 취하는 경우가 많고 무엇에서 재미를 느꼈는지 알 수가 없어(*4-3*) 이후의 행동 양태도 딱히 추측하기 어렵다.

이 부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세부적인 세계관 / 배경 설정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히든 컨텐츠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때까지 비효율적 요소가 많이 포함된 컨텐츠

비정기적 이벤트 / 미니 게임

업적 시스템(*4-4*)

하드코어 시스템



*1-1*. 아무도 모르는, 개발자만이 아는 비법이라거나 버그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면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1-2*.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 수 있다는 익명성, 컴퓨터는 보통 둘 이상이 같은 화면을 보면서 하지는 않는다는 환경적, 프로게이머 같은 경우 외에는 게임하는데 무슨 피나는 노력인가 식의 사회심리적 요인 등이 합쳐져 있다. 마지막 요인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게임의 목적성이 부재한다는 깔보는 시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금이 걸린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면 그제야 대중적 이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1-3*. 이 현상이 지나칠 경우 신규 유저의 유입에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많은 게임들이 그룹별 비교를 도입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룹 방식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룹 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소속을 대면 그 유저의 수준을 대략적으로 추측할 때 "묻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면 유저A가 골드 등급 100명 중 98위여도 나는 골드 클래스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장점은 한정적이고 조건도 빡빡한데 그 외에는 모두 무의미하거나 불리한 점들이 있다. 해당 게임을 어느 정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룹의 등급이 생소하다는 점(말해줘도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름), 같은 그룹의 소속 유저가 보기에는 하위 등급이 묻어가려는 것이 괘씸해보인다는 점, 어차피 신규 유저는 상위 그룹에 갈 때까지 넘어야할 산이라는 점(그룹이건 아니건 그들은 경쟁 대상이다). 그룹 방식을 할 바에는 그냥 1위부터 마지막까지 일렬로 세우는 편이 낫다고 보여진다.

*2-1*. 연령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낯선 것에서 위협을 느끼는 인간의 특성이 게임 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위협을 회피하는 부류가 대부분 네 번째 마이웨이 부류가 된다.

*2-2*. 익명성은 대상의 반격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에 큰 용기를 준다. 마찬가지로 일방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폭력도 거리낌없이 저지를 수 있다.

*2-3*. 이 부류에 속하는 유저들 중 대부분이 적 캐릭터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여 죽이고 싶어한다.

*2-4*.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나의 행위에 대한 피드백이 반드시 넘어올 것이란 기대를 갖는다. 따라서 상대가 나를 잘 이해해준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는다. 실수를 하거나 경쟁에서 패배하더라도 변명, 핑계 등이 잘 먹힌다고 생각하므로 치유 효과가 높다.

*3-1*. 실수에 대한 비난 등의 회피 목적으로 전면에 나서기 어려워하거나, 심리적 방어기제(적극 경쟁에서 패배하는 두려움에 대한 회피)를 귀찮음으로 위장하거나, 게임 플레이 자체에 대한 동기 미약 등의 이유를 스스로 의식하고 있거나 모르고 있거나.

*3-2*. 소극적인 사회적 자존감 확인 방식

*3-3*. 단순히 파티 보조용 아이템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어느 사람이 사용했고, 그것으로 내 캐릭터가 이만큼 강해졌다 라는 것이 명백하게 보여져야 효과가 있다.

*3-4*. 파티장은 캐릭터가 좀 더 크다든지 주장/지휘관 등은 더 화려하다든지 하는 강조 이펙트도 효과적이다.

*4-1*. 파티 플레이를 하게 되더라도 상대의 반응을 보고 관찰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게 되어 부정적인 감응을 겪더라도 쉽게 회피할 수 있다.

*4-2*. 대다수가 도전하는 방식으로는 경쟁이 치열하여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쉽다고 보여지는 비주류적인 방법을 찾은 것을 뜻한다.

*4-3*. 의도가 어려워서 모르는 게 아니라 경우가 다양하고 표본 모수가 적어서 그렇다.

*4-4*. 수집과 달성을 자극하는 이 요소는 다른 부류에서도 어느 정도 유도가 가능하나 대중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 참고자료

http://psychology.wikia.com/wiki/Competition

http://www.hci.iastate.edu/REU09/pub/Main/723/yee-psychology-mmorpg.pdf

http://scholar.google.co.kr/scholar_url?hl=ko&q=http://summit.sfu.ca/system/files/iritems1/212/1562c67fc9c841406d83750020ba.doc&sa=X&scisig=AAGBfm1jdqBS0UFmUaxgz2hgQqBcnaqWow&oi=scholarr&ei=ZZdOUbd0gduQBYSBgeAB&ved=0CC4QgAMoATAA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360131509001274

http://apjis.or.kr/pdf/MIS019-003-4.pdf (한글)

http://www.cyberpsychology.eu/view.php?cisloclanku=2008060901&article=5

http://www.digra.org/dl/db/07312.54479.pdf

http://is.muni.cz/th/181145/ff_m/Diplomova_prace_Pavla_Radostova.pdf


Posted by OOJJ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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