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누구 나와 함께 게임 엔진 만들어볼 사람 없냐!"
겨울 오후 해가 많이 기운 시간, 기온은 많이 낮지만 바람은 불지 않아 목 뒤가 차가운 정도로 타협이 가능한 날씨에 행인도 없는 거리를 가득 메우는 소리가 발생했다.
창문으로, 충분히 젊은 백인 청년이 홀로 거리 곳곳의 집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잔뜩 흥분하고 즐거워보이는 모습. 스스로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과거를 되짚어본다.
두 번째 외침, 세 번째 외침은 첫 번째와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점점 가까워졌다. 마침내 네 번째 외침에 이르러서는,
"없냐아! 이 즐거움을 함께할 얼빠진 놈들 말이야아! 정말 끝내준다구우!"
바로 창문 아래에서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 고민하게 만들던 모니터를 달칵 끄고, 창문을 드르륵 열어젖힌다.
"요, 젊은 친구."
겨울의 신선하고도 차가운 공기와 청년의 시선이 넘실 흘러들었다.
"나와 함께 해볼까? 나도 지금 만들고 있는게 있는데. 참여해보겠어?"
역광 때문인지, 청년이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다가, 진짜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이,
"당신도 이런 것에 관심 있는 개발자나 지망생 같은 거요, 가이?"
"물론. 난 현업 개발자라네, 청년."
"와우, 끝내주는데! 거기 나도 참여해도 되는 거요?"
"나 혼자 하고 있는 프로젝트니 내 맘대로지. 자넨 충분해 보이는군."
청년의 기쁜 표정과 흥분한 말투, 힘찬 단어들이 2층으로 뛰어오르고 그에 대한 대답들이 툭툭 던져졌다. 청년은 그 대답들을 날름날름 집어먹으면서 점점 힘을 얻더니,
"좋아요! 아주 좋아! 자, 그럼 이제 내가 뭘하면 되지요? 아, 난 스티브라고 합니다."
"반갑군, 스티브. 나는 셸리라고 하네. 하나 묻겠는데, 자네가 할 줄 아는 언어는 뭐지? 혹은 공부했던 분야나. 얼마나 했나?"
"정보검색을 방금 한 시간 했죠."
다음 대답에 간극은 없었지만 막이 넘어간 것 같은 효과가 있었다.
"좋아, 충분하군.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내일 점심 시간에 여기로 오게. 밥이나 한 번 먹지."
2층에서 표창처럼 날린 명함을 청년이 아름답게 받아챈다. 명함에 찍힌 회사는 게임의 명가 컨스트럭터. 청년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지면서 해가 졌다.
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스티브가 쭈뼛거리며 정문을 서성일 때 우연히 구제하게 되었다. 11시. 바람은 불지 않지만 꽤나 추울텐데도 아랑곳않고 쭈뼛거리며 사방을 돌아다녔다.
"헤이, 스티브. 일찍 왔군."
"오, 셸리. 좋은 아침입니다."
"왜 이렇게 일찍 왔나?"
"일찍이라뇨. 점심 시간에 오라고 했잖아요? 11시 아닌가요?"
그는 개발자의 자질을 일단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안 좋은 쪽으로 몇 개.
"그래, 내가 미처 몰랐군. 좋은 아침이지만 올라가서 점심 식사를 하도록 하지. 구내 식당이지만 근처에서는 꽤 호평인 곳이라네."
스티브는 그저 싱글벙글하며 걷고 있다. 회사 내부의 풍경도 자못 신기한 듯.
중간 과정은 생략되고, 밥과 함께 시작된 대화.
"셸리는 이 회사에서 뭘 하고 있나요?"
"일반적인 개발이지. 자네는 앞으로 개발자가 되려고 하나?"
"물론이죠. 이번에 만들 엔진으로 세계 최고가 될 예정입니다."
"멋지군."
"이쪽에서 사고가 났다고 가정해보게. 아마도 도로는 몇 시간 동안 심하게 마비되고, 앞쪽 터널은 꽉 막히게 될 거야. 상상되나?"
"물론이죠."
"자네 생각이 지금처럼 막혀버린 경우, 이 사고에 빗대어 처리할 수 있지. 당장 떠오르는 건 두 가지군. 뒤쪽으로 와서 사고 지점을 바라본다. 앞쪽 터널을 헤치고 나아가본다."
"뒤로 와서 사고 지점을 보는 건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뜻인 것 같아서 잘 이해가 되는데, 앞으로 나아가는 건 뭐죠?"
"상상해보게, 스티브. 앞쪽 터널을 꽉 막고 있는 구경꾼과 기자진이 있지만, 이쪽에서는 사고로 인해 차가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만 뚫으면 그 뒤는 텅 비어있지 않겠나?"
"그렇다면요?"
"사고 지점을 무시하고 억지로 진행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스티브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터널 지점을 바라본다.
낮잠에서 깨자마자 세 번 가량 반복 음미하고 스토리를 갈무리한 다음 글로 옮겨 적었으나 1/3 시점에서 더 이상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가장 잘 기억이 나는 중요 대목이라고 된 부분만 글로 옮겨 적으며 꿈에서의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을 현실로 순화하여 옮겨 적음.
재미있는 점은 배경 무대가 미국이라는 것과 영어로 꿈의 대화 부분이 시작되었다는 것.
뭔 꿈을 꾸다가 이렇게 된 거지